후지시로, ‘선녀와 나무꾼’ 등 200점 소개
그림자 회화는 종이를 오려낸 여백에 트레싱지를 더하고, 그 뒤에 조명을 설치해 통과되는 빛에 의해 완성된다. 각 종이에 선을 연결해 형태가 움직이도록 만들어서 마치 인형극과 같은 ‘그림자극’을 상영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후지시로는 게이오대 경제학부에 다닐 때 그림 동아리와 ‘아동문학연구회’에서 인형극을 접했다. 이 인형극이 그림자극으로 발전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였다. 전쟁이 끝난 뒤 물자가 부족해 철사나 굴러다니는 물건을 이용해 형태를 만들고, 잦은 정전에 어두운 곳에서 빛을 활용하는 그림자극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영화배급사에서 일하던 그가 1948년부터 여성지 ‘구라시노테초’(삶의 수첩)에 연재하던 그림자 회화가 이때의 시대적 배경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잘려 나간 선에서 손맛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인기를 끌어 1988년까지 40년간 총 220여 편이 연재됐다. 1974년부터는 컬러로 연재됐다. 25일 미술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는 “흰색과 검은색만을 이용한 초기 작업은 기술적으로는 미숙하지만 소박한 감상이 들어 있는 내 작품 세계의 원점”이라고 설명했다.
후지시로는 또 ‘선녀와 나무꾼’ 연작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1958년 구라시노테초에 연재한 것으로, 작가가 조선시대 설화를 듣고 제작한 것이다. 당시 만들었던 것들은 분실했지만, 한국 전시에 소개하고 싶어 총 14점을 다시 제작하여 지난해 12월 완성해 이번 전시에 출품했다.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은 물론이고 ‘첼로 켜는 고슈’,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등을 소재로 한 그림자 회화도 전시된다.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1983년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 황금사과상, 2014년 미야자와 겐지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그 바탕에 평화를 향한 깊은 기원과 기도가 담겨 있는 미야자와의 동화를 만나고 가게에 작가로서 눈을 떴다”고 했다. 전시는 4월 7일까지. 1만∼2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월광의 소나타’
‘은하철도 999’의 원작 동화 ‘은하철도의 밤’을 그림자극으로 만든 일본의 그림자 회화(影繪·가게에)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藤城淸治·100)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한국에서 열린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2관에서 26일 개막한 ‘오사카 파노라마’전은 후지시로의 작품 200여 점을 소개한다.그림자 회화는 종이를 오려낸 여백에 트레싱지를 더하고, 그 뒤에 조명을 설치해 통과되는 빛에 의해 완성된다. 각 종이에 선을 연결해 형태가 움직이도록 만들어서 마치 인형극과 같은 ‘그림자극’을 상영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후지시로는 게이오대 경제학부에 다닐 때 그림 동아리와 ‘아동문학연구회’에서 인형극을 접했다. 이 인형극이 그림자극으로 발전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였다. 전쟁이 끝난 뒤 물자가 부족해 철사나 굴러다니는 물건을 이용해 형태를 만들고, 잦은 정전에 어두운 곳에서 빛을 활용하는 그림자극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후지시로는 또 ‘선녀와 나무꾼’ 연작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1958년 구라시노테초에 연재한 것으로, 작가가 조선시대 설화를 듣고 제작한 것이다. 당시 만들었던 것들은 분실했지만, 한국 전시에 소개하고 싶어 총 14점을 다시 제작하여 지난해 12월 완성해 이번 전시에 출품했다.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은 물론이고 ‘첼로 켜는 고슈’,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등을 소재로 한 그림자 회화도 전시된다.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1983년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 황금사과상, 2014년 미야자와 겐지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그 바탕에 평화를 향한 깊은 기원과 기도가 담겨 있는 미야자와의 동화를 만나고 가게에 작가로서 눈을 떴다”고 했다. 전시는 4월 7일까지. 1만∼2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