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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순 작가의 '달항아리'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스페이스 제공) |
이용순 도예가는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인 '달항아리'를 구워내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소장한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는 이용순의 달항아리를 두고 "형식이나 테크닉을 뛰어넘은 경지가 느껴진다, 생존 달항아리 작가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벨기에의 디자이너이자 아트 컬렉터로서 명성이 높은 악셀 베르보르트,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도 그의 작품을 자신의 공간에 앉혔다.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스페이스'가 이용순의 작품을 일본 그림자그림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과 함께 오는 25일부터 9월24일까지 선보인다.
달항아리의 매력은 예술적 안목이 높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알아봤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 선생은 "백자달항아리에서 한국의 흰 빛깔과 공예 미술에 표현된 둥근 맛은 한국적인 조형미의 특이한 체질 가운데 하나"라고 평했다.
한국 추상화의 거장 김환기 화백은 "자신의 교과서는 도자기일지도 모른다"며 여러 달항아리를 소장한 적이 있다.
달항아리에 대한 매력을 알아본 이는 비단 한국인뿐만이 아니다. 일본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서정시인 무로 사이세이(室生犀星 1889~1962)는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 관한 글을 '이조부인'(李朝夫人)이라는 제목을 달아 1956년 쿠라시노테쵸우(삶의수첩)에 기고했다.
무로 사이세이는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가루이자와의 한 미술품 점에서 조선의 백자 항아리를 발견한다.
그는 '백자의 부푼 몸통은 보름달처럼 아름답고, 질감은 여자의 피부처럼 섬세하고 유백색 유약에 몽환적인 옅은 녹색이 비쳤는데 그것은 꿈결처럼 희미한 황갈색의 광선 상태로 보였다'고 고백한다.
또한 '그것들은 색이 있다고는 하겠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며 색이 없다고 보면 유백 그 자체의 색조 같기도 했다'고 말한다.
미술품점의 주인과 오랜 흥정 끝에 백자를 소유하게 된 무로 사이세이는 그 보름달 같은 백자를 가까이에 두고 아끼게 된다. 도자기에 대한 애착이 극에 달한 경지는 역시 매일 도자기를 만져야만 하는 기분이었을 정도로 백자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다.
이런 달항아리를 오늘날까지 구워내는 이용순은 1975년 도자기에 입문해 고미술품과 골동 도자 작품을 복원하고, 조선백자 복원 및 백자 재현 연구 활동을 해왔다.
그는 달항아리를 만들기 위해 직접 흙을 채취해 굵은 돌들은 분쇄하고 불순물을 걸러내는 수비(水飛)작업을 통해 백색의 태토를 만들어 장작 불가마에 직접 구워내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조선백자 전통 방식의 맥을 잇고 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