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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안내] [서울문화투데이]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스페이스, 《이용순 달항아리 전: 그림자그림과 달항아리의 절묘한 만남》
등록일2023-08-24 조회수505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스페이스, 《이용순 달항아리 전: 그림자그림과 달항아리의 절묘한 만남》 - 서울문화투데이 (sctoday.co.kr)


이용순 달항아리 전. 8.25~9.25

그림자그림의 거장과 달항아리의 만남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1975년 도자기에 입문해 반세기 가까운 시간동안 달항아리를 만져온 이용순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스페이스가 오는 25일부터 9월 24일까지 선보이는 《이용순 달항아리 전: 그림자그림과 달항아리의 절묘한 만남》이다.


▲이용순, 달항아리 (사진=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제공)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은 일찍이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과 김환기 화백이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최순우 선생은 ‘백자달항아리에서 한국의 흰 빛깔과 공예 미술에 표현된 둥근 맛은 한국적인 조형미의 특이한 체질 가운데 하나’라고 봤고, 김환기 화백은 ‘자신의 교과서는 도자기일지도 모른다’고 고백을 했을 정도로 백자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것은 우리 민족뿐만이 아니었다. 일본의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서정시인 무로 사이세이(室生犀星 1889~1962)의 글 ‘이조부인李朝夫人’은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그는 이 글을 1956년 쿠라시노테쵸우暮しの手帖(삶의 수첩)에 기고해,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말하고자 했다. 그는 백자의 무한하고 둥근 아름다움을 인간의 육체에 비유할 정도로 백자에서 인격을 발견하기도 했다.

무로 사이세이는 태평양 전쟁 종전 후, 가루이자와의 한 미술품 점에서 조선의 백자 항아리를 보게 된다. 백자의 부푼 몸통은 보름달처럼 아름답고, 질감은 여자의 피부처럼 섬세하고 유백색 유약에 몽환적인 옅은 녹색이 비쳤는데 그것은 꿈결처럼 희미한 황갈색의 광선상태로 보였다. 그것들은 색이 있다고는 하겠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며, 색이 없다고 보면 유백 그 자체의 색조 같기도 했다고 말한다. 미술품점의 주인과 오랜 흥정 끝에 백자를 소유하게 된 무로 사이세이는 그 보름달 같은백자를 가까이에 두고 아끼게 된다. 도자기에 대한 애착이 극에 달한 경지는 역시 매일 도자기를 만져야만 하는 기분이었을 정도로 백자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다. 그는 실제로 1957년 <이조부인>을 표제로 한 수필집을 발간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강혜숙 대표는, 전시를 계기로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는 무로 사이세이의 글 ‘이조 부인’을 직접 번역해 선보이기도 한다. 달항아리에 대한 무로 사이세이에 인상적인 찬미를 함께 나누기 위함이다. 강 대표는 작년에 후지시로 세이지 자료를 보다가 1956년에 暮らしの手帖(삶의 수첩)라는 잡지에 실린 달항아리 관련 수필을 읽고 너무 흥미로웠던 기억에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용순 도예가는 금사리 백자(경기도 광주에서 만들어진 조선 중기 백자) 파편을 연구해 불가마에 직접 달항아리를 구워낸다. 그는 1975년 도자기에 입문(도자기수리공예전문가 임세원 사사)해 고미술품, 골동 도자 작품을 복원하며, 조선백자 복원 및 백자 재현 연구 활동을 해왔다.

이 도예가는 달항아리를 만들기 위해 직접 흙을 채취해 굵은 돌들은 분쇄하고 불순물을 걸러내는 수비(水飛)작업을 통해, 백색의 태토를 만들어 장작 불가마에 직접 구워내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조선 백자 전통 방식의 맥을 잇고 있다. 달항아리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흙과 불의 조화와 함께 매 제작과정에 세심하고 많은 공력이 들어간다. 인간의 노력에 자연의 조력이 더해져야 온전한 달항아리 하나가 탄생한다. 이번 전시는 자신만의 예술인 외길을 걸어온 작가에 대한 예우로 한국예총(이범헌 회장)이 특별히 후원한다.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스페이스는 한평생 사랑‧공생‧평화를 주제로 다루어온 카게에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 작가를 소개하는 공간인 한편, 한‧일 양국의 작가들이 작품으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국의 예술을 지원하고 소개하기 위해 본 전시를 기획하였다. 빛과 그림자를 평생의 화두로 다루어 온 그림자그림의 거장의 작품과 조선의 달항아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순간은 예술로 소통하는 경지가 무엇인지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월요일 휴관, 화요일~일요일 10시부터 19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인터파크를 통한 사전예약 및 현장 예매도 가능하다. 문의 02-774-4980

출처 : 서울문화투데이(http://www.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