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눈은 실명했고, 다른 한 쪽 눈 역시 '시한부' 진단을 받은 작가의 그림이다.
극사실주의 화풍의 작업을 오래 해왔던 작가 이목을은 흐릿하게 묘사된 백자와 대비되는 백자 위 선명한 한 줄기 빛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전한다.
"시력을 잃은 탓에 세상은 흐려졌지만, 대신에 가장 단순하고 절대적인 한 줄기 빛을 만날 수 있었다."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스페이스에서 선보인 신작 '점정'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다.
사진보다 더 실물 같은 그림을 그리는 극사실주의 회화의 대가 이목을은 시력 상실로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내 "고통은 하늘이 준 보약"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스마일 화가'로 거듭났다.
휴대폰 메시지에서 본 웃음(^^) 이모티콘에 마음이 끌려 스마일 그림을 시작했다는 작가.
어느 날은 한 시간 동안 스마일 100개를 그렸는데 각 스마일 마다 서로 다른 표정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목을 작가는 "결국 '나하고 스마일하고' 계속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스마일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결국 타자와 나의 인연, 즉 관계 맺는 순간" 이었다고 회고했다.
절망 속에서 웃음을 찾는 이목을 작가의 전시는 5월 28일까지 서울 북촌스페이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