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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안내] [MODU의 아트] 빛으로 불어넣은 평화와 사랑 그리고 함께 삶 - 후지시로 세이지 :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
등록일2021-10-21 조회수1,375

Info

기간     10월 24일(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1만8000원, 청소년 1만4000원

스케치한 밑그림을 하나하나 오려내고, 셀로판지나 조명 필름으로 색을 입혀 빛을 투과해 완성하는 기법, ‘카게에(影絵)’. ‘동양의 디즈니’로 불리는 후지시로 세이지는 카게에 장르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아이들에게는 판타지 세계를 보여주고, 어른들은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한 세기 가까이 꾸준히 창작을 하며 작품에 시대를 담아온 후지시로 세이지의 특별전에서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환상의 나라를 여행해보자.

특별전을 위한 특별작

잠자는 숲

眠りの森 잠자는 숲, 2020

후지시로 세이지가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작품이다. “내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 여기며 혼신을 다해 작업했다”는 그는 고령의 나이에도 하루 7시간 이상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가 꼽은 가장 아끼는 작품

석양 사랑의 기적

夕陽の中の愛の奇跡(レプリカ) 석양 사랑의 기적, 2004

후지시로 세이지가 가장 아낀다고 밝힌 작품이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오려내 다채롭게 빛난다. 바다에서 살 수밖에 없는 인어와, 물이라면 기겁을 하는 고양이가 서로를 안고 마주 보고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사랑의 기적 아닐까?

거울과 수조로 넓힌 몽환적인 세상

목마의 꿈

木場の夢 목마의 꿈, 1998

전시작 160여 점 중 아주 독특한 구성으로 설치한 작품이다. 작품 양쪽에는 거울을 설치해 자연의 무한한 아름다움을 확장했고, 작품 아래에는 물이 잔잔히 퍼지는 수조를 두어 아름다움의 깊이를 더해 환상적인 카게에를 더욱 화려하고 몽환적으로 만들어냈다.

たんぽぽ 민들레
夏, 魚しました 여름, 물고기처럼, 1990

전쟁이 남긴 잔해로 아이들에게 웃음을 준 초기 카게에

하늘을 나는 난쟁이

空とぶこびと 하늘을 나는 난쟁이, 1953

우산과 포크, 숟가락을 타고 신나게 하늘을 뛰노는 난쟁이. 보기만 해도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릴 법한 이 작품 속 난쟁이는 작가의 분신이다. 작가는 전쟁 이후,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골판지와 철사, 전구 등으로 작품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려 했다.

완두콩 다섯 알

五つのえんどう豆 완두콩 다섯 알, 1948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생활정보 잡지 <쿠라시노테쵸우: 삶의 수첩>에 그의 작품 이야기가 연재됐다. 인쇄물로 세상에 처음 소개된 카게에 작품으로, 후지시로 세이지는 이후 8년간 이 잡지의 표지 일러스트를 작업하게 됐다.

“노장의 수작업에 존경과 경이를 느끼게 될 것, 카게에의 진가를 느껴주었으면”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강혜숙 대표

Q. 카게에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라는 작가가 궁금해요.

카게에 장르의 독보적인 존재인 후지시로 세이지는 1924년에 태어났어요. 유년기에는 부모님이 걱정하실 정도로 말없이 그림만 그리는 아이였다고 해요. 당시에는 유화를 즐겨 그렸고, 학생 신분이었지만 긴자에서 개인전을 몇 차례나 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죠. 그러다 태평양 전쟁을 겪으면서 작업 스타일에 변화를 줬어요. 전쟁 이후 초토화된 나라에서 물감이나 작업할 재료를 구하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후지시로는 까맣게 타버린 들판에서 골판지나 철사를 찾아 불빛만 있으면 표현할 수 있는 그림자로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게 카게에의 시작이라 볼 수 있죠. 이후로도 그림자극, 인형극, 뮤지컬 등 연출부터 무대미술까지 두루섭렵한 종합 예술가로서 98세가 된 지금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Q. 작가가 고령이기도 해서 ‘어쩌면 생애 마지막 전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인터뷰를 읽었어요. 그런 특별전을 우리나라에서 주최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요?

후지시로 선생님과의 인연이 20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처음 후지시로 선생님의 작품을 접했을 때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카게에라는 조금은 생소한 예술 장르로 현대인들이 희망과 여유를 되찾고, 노장의 손길로 빚어낸 작품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길 바랐죠. 또 후지시로 선생님은 한국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시거든요. 그 철학도 전하고 싶었고요. 비록 지금은 한일 관계가 어렵지만, 문화와 예술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나라이고, 뗄 수 없는 빛과 그림자처럼 함께 엉켜온 양국의 관계가 조금은 유연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전시에 담아 기획했어요.

Q. 워낙 방대한 작품 세계를 한 공간에서 보여줘야 하다 보니 전시 구성에도 고심했을 듯한데요.

작가가 80년간 작업한 작품은 개수만 해도 5000여 개에, 작품 테마도 많고 시선을 끄는 아름다운 명작도 방대해요. 카게에가 익숙한 일본에서였다면 ‘동화’, ‘성서화’ 등 한 가지 테마로만 구성했겠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장르와 작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한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국내 관람객이 선호할 만한 아름다운 작품을 위주로 소개할 것인지, 카게에에 국한하지 않고 종합적인 예술세계를 소개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죠.

Q. 전시장을 찾을 독자들에게 전시를 즐길 수 있는 관람 팁을 남겨주세요.

이번 전시는 폭넓은 연령층에서 찾아주시는데요, 작품이 많아서인지 선호하는 작품도 각양각색이더라고요. 전시장에 온다면 오디오가이드를 듣는 걸 추천합니다. 후지시로 선생님의 작업 당시 에피소드와 작품에 얽힌 동화 등을 함께 들으며 한층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거예요. 얼핏 보면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은 디지털 그래픽으로 착각할 수 있어요. 도로변에서 흔히 보는 라이팅 간판의 모티브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가까이서 작품을 잘 관찰하면 작품의 기법과 재료가 보이고, 그 안에 하나하나 오려내고 붙여 완성한 장인의 수작업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될겁니다. 이번 전시로 카게에의 진가를 찾아준다면 좋겠어요.

전정아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출처] 한겨레 https://news.v.daum.net/v/20210929164602451
[작성] 2021년 9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