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회화(카게에)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가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다.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일본은 정전이 잦았다. 초토화가 된 도쿄에서 골판지와 전구를 사용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작품을 통해 그는 한 줄기 빛을 찾았다. 그는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고 모든 인류가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의 화풍은 어린 시절 동화책 속에서 만난 꿈같은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동심 가득한 그의 작품 속에는 사랑과 평화, 공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의 마음이 담긴 '그림자 회화' 전시회 '카게에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이 지난 6월 10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는 10월 24일 막을 내린다.
전시회를 주관한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대자연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미감을 화면에 옮긴 예술이 '그림자 회화'다.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조명을 스크린에 비춰 색감과 그림자로 표현하고, 빛의 강도, 오려 붙인 재료와 투과율 등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일본과 해외에서 순회 전시를 100회 이상 개최했다. 이번에 초기 흑백 작품 서유기 시리즈부터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한 작품을 비롯해 대표작 160점을 처음 국내에 선보인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내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 여기며 혼신을 다해 작업하고 있다. '잠자는 숲'은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며 "한국을 잘 알고 싶고, 한국을 더 가까이하고 싶다. 기쁨의 씨앗이 한국에서 싹터 세계로 퍼져나가길 기원한다"라고 전했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98세 고령이다. 한국 전시를 앞두고 하루 7시간 이상 작품 제작에 임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그의 작품은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소재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