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한가람미술관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 97세 화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환상적인 그림자 회화
등록일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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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들의 커다란 기도’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의 ‘그림자 회화’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물감 대신 빛으로 그림 그린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 대표작 160여점화려한 색과 대비되는 어둠으로 동화 세계 표현… 평화 메시지도 담아유채화 작가를 꿈꾸던 일본 청년 후지시로 세이지. 그의 앞을 막은 건 전쟁이었다. 오랜 전쟁으로 일본이 초토화되자 그가 살던 도쿄에서조차 물감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붓을 꺾어야 하나’ 고민까지 하던 그는 발상의 전환을 한다. ‘그림자 놀이’에서 영감을 얻어 ‘빛’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통했다. 올해 97세 노인이 된 그의 ‘카게에’(그림자 회화)는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림자 회화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전시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0월 12일까지 진행되는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에서는 그의 작품 160여 점을 통해 빛으로 그린 회화의 매력을 살펴본다.‘그림자 회화’는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조명을 스크린에 비춰 색감과 그림자를 표현하는 장르의 작품이다.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의 균형, 오려 붙인 재료와 투과율 등을 치밀하게 계산해 완성하는 그림자 회화는 라이팅 간판광고의 효시이기도 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후지시로 세이지의 초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철심을 이용해 ‘스티브 잡스’, ‘김구’, ‘마하트마 간디’ 등 유명인의 초상작업을 한 김용진 작가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제작한 것이다. 철심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형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후지시로 세이지의 그림자 그림과 맥을 같이 한다. 후지시로는 초창기에 흑백작품 서유기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러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된 건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한 그림자극을 선보이면서 부터다. ‘은하 철도의 밤’은 가난하고 고독한 소년 ‘조반니’가 친구 ‘캄파넬라’와 함께 은하철도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적인 아동문학의 거장 미야자와 겐지의 대표작으로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은하철도의 밤’은 지난해 그림책으로도 발간됐다.주 소재인 난장이로 상상력 자극이 책의 삽화를 후지시로가 맡았다. 조반니 등 등장인물은 그림자로 표현하고 주요 포인트를 화려한 색깔로 강조해 신비함을 강조한다. 그의 그림자 회화는 동화 내용과 딱 어우러져 호평을 받았고 세계 3대 그림책 공모전 중 하나인 ‘브라티슬라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그의 화폭에는 따뜻한 환상의 세계가 담겼다. 대표작인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난쟁이를 묘사한 ‘월광의 소나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은은한 달빛에 어린 나뭇잎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묘사해 빛과 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또 그의 작품에는 유독 난장이가 자주 등장한다. ‘월광의 소나타’ 외에도 ‘난장이들의 커다란 기도’ 등 다양한 작품에 등장한 난장이는 하늘을 날기도 하고, 피리를 불기도 한다. 난쟁이의 까만 실루엣과 빛의 조화는 단순하면서도 풍요로워 즐거운 상상력을 자극한다.그의 그림은 또한 평화를 추구한다. 이는 히로시마 원폭돔을 표현한 ‘슬퍼도 아름다운 평화로의 유산’에 잘나타난다. 20만 명 이상이 숨진 폐허의 현장인 히로시마 원폭돔 위로 종이학이 날아가는 모습은 한 나라의 패망이 결국 세계의 평화를 가져왔다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배성호 기자
[출처] 백세시대
http://www.100ssd.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103
[작성] 2021년 6월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