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주제로 사랑과 공생의 메시지를 담은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6월 10일부터 그림자 회화 ‘카게에’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藤城淸治, 98)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98세를 맞은 거장의 작품세계를 주제별로 약 160점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전시에서는 성경을 주제로 하나의 섹션을 마련해 ‘예수 탄생’, ‘겟세마니의 기도’, ‘승천’을 비롯해 ‘성녀 클라라의 빛’ 등을 전시한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하느님을 찾는 신앙인이자 구도자로서의 모습이 작품 활동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딸과 먼저 하느님 품에 안긴 아내도 신자였고, 스스로도 수차례 성지순례를 다녔다. 성경 공부도 열심히 했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성경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크기와 무게에 압도됐다”면서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는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1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한 ‘천지창조’를 작업하며 마음과 몸속에 서서히 성경의 메시지를 체화해 나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카게에 성화를 통해 만물을 지배하는 하느님의 위대함, 성경이 지닌 깊은 의미와 인생의 지침, 경고,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림자 회화로 불리는 카게에는 밑그림을 그린 뒤 셀로판지를 잘라 붙이고, 조명을 비춰 색감과 그림자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의 조화, 오려 붙인 재료, 질감의 투과율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완성하는 카게에는 간판광고의 효시이기도 하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이러한 독특한 장르를 이끌어온 독보적인 인물로,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찬사를 받고 있다. 전 세계 순회 전시를 100회 이상 개최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2005년에 이어 두 번째 전시다.
카게에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장르인 만큼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잘 알고 싶고 한국을 더 가까이 하고 싶다”고 밝힌 후지시로 세이지는 한국 전시를 위해 고령임에도 하루 7시간 이상 작품 제작에 열정을 쏟았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로 연기됐다. 힘든 과정 끝에 개최되는 전시회를 통해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사랑과 공생이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초토화된 도쿄에서 잿더미가 된 들판 어디서라도 구할 수 있었던 골판지와 전구를 사용해 카게에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불에 타버린 일본은 여전히 정전이 잦았고, 그 속에서 후지시로 세이지는 카게에를 만나 한줄기 빛과 아름다움, 평화를 찾았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혼이 깃든 초기의 흑백 작품부터 평화와 사랑, 공생을 테마로 지금까지 접할 수 없었던 신비롭고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올해 98세를 맞은 거장이 일생의 과업으로 여겼던 ‘성화’를 어떻게 빛과 그림자를 통해 펼쳐 보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이다.
전시를 주최한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강혜숙(클라라) 대표는 “평화와 사랑, 공생의 작품 세계를 추구해온 후지시로 세이지의 섬세하고 희망찬 작품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 국민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수년째 냉각 상황에 있는 한일 관계 개선에 이번 전시가 일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0월 12일까지 계속되며, 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sac.or.kr)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홈페이지(www.kartco.co.kr)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774-4980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