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68) PMC프러덕션 예술감독은 화장실에 아이패드를 꼭 들고 간다. 동영상을 보려는 것이 아니다. 비데를 쓰기 위해서다. 2018년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은 그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은 시야 반경 30㎝ 안쪽이다. 비데 버튼 위치를 파악하려면 아이패드로 비데를 촬영한 후, 화면을 터치해 최대한 확대하고, 확대한 이미지가 담긴 아이패드를 눈 가까이로 바짝 붙여야 한다. “오호라, 이 버튼이 그 버튼이군.” 비데만이 아니다. 집에 있는 각종 리모컨도 모두 촬영해서 아이패드에 담아뒀다가 버튼 위치를 확인한다. 글자는 낫다. AI 음성 기능 덕분이다. 책은 귀로 읽고 문자도 귀로 듣고 보낸다.
그렇게 애써 보낸 문자 중 하나가 최근 지인들에게 발송됐다. ‘제가 1965년 아역으로 데뷔한 후 올해로 60년이 됐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차 한잔 마시며 지난 얘기 나눌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내달 11~22일 종로구 계동에서 데뷔 60주년을 맞아 열리는 ‘나는 배우다, 송승환’ 사진전 초대였다. 이달 말에는 동명의 자서전(뜨인돌출판사)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