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회화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 작품전 '오사카 파노라마'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림자회화(카게에)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 작품전 <오사카 파노라마>전에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신학기 개학 이후 서울 창덕여중을 비롯 초중고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줄을 잇는다.
이번 전시에는 오사카의 풍경을 담은 스케치 작품 <오사카 파노라마>를 비롯하여, 6m가 넘는 대형 타워작품과 시기별 그의 대표작 200여 점을 선보인다.
후지시로는 이른 나이에 이미 일본의 독립미술협회전, 국화회전, 춘양회전, 신제작파전 등 미술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불세출의 작가다.
그의 작품은 인문학적 주제는 물론, 일본의 사회적 변화, 자연 풍경과 재해 등 다양한 변화상을 투영하고 있어 20세기~21세기에 걸친 일본 문화와 역사의 기록을 한눈에 보여준다.
NHK 일본 공영방송국 개국 방송에 그의 극단 <모쿠바자>가 전속으로 채택되었고, 1960년대 비틀즈가 최초 아시아 투어를 마친 부도칸에서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 케로용이 등장하는 <케로용 쇼>가 열렸다.
소니의 전신인 도쿄통신공업의 광고에는 <포도주병의 이상한 여행> 작품이 등장하고, 날씨 예보와 같은 공익광고에도 그의 작품이 사용되었다.
쿠라시노테쵸우(삶의 수첩_일본의 대표 생활잡지)의 표지와 내지도 그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하나였으니, 그의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후지시로 세이지 작품. 높이 6미터의 압도적 크기와 섬세한 그림자회화가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그림자 회화 장르를 개척한 후지시로 세이지는 일본에서 100회 이상의 대형 순회 전시를 개최했고, 그림자극만도 2,000회 이상 상연하였다. 수공적 아날로그 미학의 극치를 보여준다.
디지털 홍수 속에 휘둘려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후지시로 세이지 작품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더욱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많은 고민과 두려움 속에 갇혀 있는 청소년들에게 아날로그적 감성은 작은 숨통이 돼주고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촉매제가 돼 준다.
핸드폰 등 디지털 스크린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중력이 흐려지고, 스트레스와 불안, 뇌기능이 저하된다는 과학적 사실도 아날로그 감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감을 동원해 소통해야 하는 인간중심적인 아날로그 감성이 더욱 절실한 때다.
실제로 신학기가 시작되고 학교 단체로 전시를 관람한 한 청소년 관람객은 카게에의 섬세한 기법과 색채의 찬란함이 놀라웠고, 새로운 장르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교육계 관계자는 “동화 속 세계처럼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주제 의식과 장인정신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후지시로의 폭넓은 인문학적 감수성이 카게에라는 감각적인 표현기법을 볼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자로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100세 작가의 창의적인 작품을 통해 감수성을 배양하고 예술가라는 직업에 대해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사카 파노라마'에서 전시 중인 후지시로 세이지 작품 이번 전시는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소재로 한 <첼로 켜는 고슈>, <은하철도의 밤>, <달밤의 전봇대>와, 세계의 민담을 다룬 <세 개의 오렌지>, <주머니쥐의 꼬리털>, <난쟁이의 이사> 연작 등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오사카, 교토, 나가사키 등 일본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도 선보인다.
전시 관계자는 “고도성장기 일본 대중문화예술 발전의 중심에는 후지시로 세이지가 있었다”며, 후지시로 세이지가 한평생 천착해온 사랑·평화·공생의 메시지에는 한·일 관계가 좀 더 나아지길 바란다는 작가로서의 바람과 인류에게 전하는 교훈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