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회화, 카게에 거장으로 불리는 일본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가 그려낸 세계에 다녀왔습니다.
티라노가 찾은 전시, '오사카 파노라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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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에는 밑그림을 그린 뒤 여러 색깔의 셀로판지를 잘라 붙이고, 그 뒤에 빛을 비춰 색감과 빛, 그림자로 표현하는 장르입니다.
첫눈에 보기엔 미디어 아트 같은 느낌이 나는데, 재료와 작업 방식을 알고 나면 작품이 새롭게,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192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후지시로 세이지는 전쟁 후 물감을 구할 수 없게 되자 골판지와 전구를 이용해 카케에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평생 빛과 그림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올해 10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이번 한국에서의 전시를 위해 조선 설화 '선녀와 나무꾼' 시리즈를 다시 제작했습니다.
강혜숙 대표 /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1958년도에 일본 쿠라시노테쵸우라는 잡지가 있었는데요, 그 잡지에다가 실었던 작품이에요. 1958년도에 일본 작가가 한국 조선 이야기를 담는다는 건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그래도 작가가 예술가로서의 그런 역할을 한 거였죠. 작품이 좀 유실돼서, 이번에 12점을 더 추가해서, 스토리를 더 넣어서 제작을 하게 된 거예요."
한 세기에 걸쳐 후지시로 세이지가 빚어온 200여 점이 한자리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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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작품 같이 살펴볼까요?
"물가에서 난쟁이가 첼로를 연주하자 달빛이 나무 사이로 빛을 비춘다.“
아름다운 첼로의 선율과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듯한 이 작품은 후지시로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1982년에 그려진 '월광의 소나타'입니다.
하늘을 나는 열차를 감싸는 반짝이는 빛.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이 선사하는 환상이 카게에로 펼쳐집니다.
후지시로는 겐지의 동화에는 기원과 기도가 담겨있다며 큰 애정을 드러냈는데요,
큰 애정만큼 '첼로 켜는 고슈', '구스코브도리 전기' 등 겐지의 동화를 담은 카게에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슬픈 흔적이 남은 히로시마에 있는 원폭 돔을 담아낸 작품, 직접 줄을 당기면 카게에 속 캐릭터를 움직여볼 수 있는 작품도 흥미롭습니다.
색다른 공간을 돌아볼까요?
층고가 높은 이곳에는 6m가 넘는 초대형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카케에 '울어버린 빨강 도깨비' 영상도 상영 중입니다.
내레이션은 후지시로가 직접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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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카게에 작업의 시작은 밑그림입니다.
스케치 작품은 그동안 일본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번 국내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됩니다.
입구 쪽에 전시돼 있어서 많이들 그냥 지나치신다고 하는데요, 티라노 촬영팀도 놓쳐서 영상에 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