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후지시로 세이지 작품 150점 출품..,오는 6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인상파에 큰 영향 준 우키요에 비견...21세기 일본미술의 새로운 진화 부각
전쟁이 끝나고 까맣게 타버린 도쿄는 물감 하나 구할 수 없었다. 점점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환경이됐다. 유화를 그리던 청년은 아무것도 없어도, 가능한 작업을 찾았다.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그림자 회화’ 카게에로 일본 화단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후지시로 세이지(藤城淸治·96)가 유화그림을 그만둔 이유다.
빛이 있으면 ‘카게에’는 가능할거라 생각해, 잿더미가 된 들판에서 굴러다니는 물건과 철사 등을 구했다. 색을 칠하지 않아도 빛으로 흑백의 카게에가 가능했다. 아마도 물감이 풍부했으면 계속 그는 유화 작업을 했을 것이다. 결핍이 도리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든 셈이다. 대학시절 그림자극을 접한것이 큰 힘이 됐다. 사실 그림자극을 모태로 한 카게에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적인 문화이자 예술이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이제 ‘동화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표현해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국에선 ‘일본의 디즈니’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동화적 요소뿐 아니라 서사적인 모습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11년간 매달린 '천지창조'시리즈나 7일간 스케치를 해 틀을 잡은 히로시마 원폭돔 위로 종이학이 날고 있는 작품 '슬퍼도 아름다운 평화로의 유산'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일본미술의 한 세기를 책임질 광영(光影)의 회화, 광채(光彩)의 회화로서 ' 카게에'를 주목하고 있다.19세기 일본미술을 견인한 우키요에를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일본 에도시대의 우키요에는 유럽의 많은 인상파 작가들을 매료시켜 모네, 르누와르, 드가, 그리고 고흐의 작품속에도 등장한다. 19세기 중,후반 유럽미술사조에 큰 영향을 미친 자포니즘은 서양예술가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동양미술의 환상이었다.
종이를 자르고 셀로판을 조합해 색채를 표현하는 카게에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의 대규모 전시가 오는 6월 25일 (목)부터 9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 2005년 롯데 에비뉴엘에 이어 한국에서의 두 번째 전시다.
1924년 도쿄 출생의 후지시로 세이지는 그림자 회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빛의 투과율을 조율할 수 있는 특수용지에 밑그림을 그려서 조명으로 스크린에 투사를 시켜 환상적인 색감과 그림자로 작품을 만든다. 인상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19세기 우키요에가 있었다면 21세기엔 카게에가 있다 할 정도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10대에 그림으로 남다른 재능을 보여 일본의 독립미술협회전, 국화회전, 춘양회전, 신제작파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사 주최의 ‘일본 앙데팡당전’에 1949년 첫회부터 세차례 출품을 할 정도로 실력가였다. 하지만 이후 카게에에만 전념해 고령인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초기 흑백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선보인다. 초기작인 서유기,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한 작품을 비롯해 평화와 사랑 그리고 공생이라는 궁극적인 테마로 150점이상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따뜻함과 섬세함이 전해지는 작품들이다.
편완식 기자
[출처] 뉴스프리존 http://www.newsfreezone.co.kr
[작성] 2020년 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