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에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 100세 현역 작가의 아름다운 작품의 세계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한국에서 저의 ‘빛과 그림자’의 전람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빛과 그림자는 태양과 달, 불과 같은 자연과 우주의 근원으로 인간과 통하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빛과 그림자의 전람회로 ‘삶의 기쁨의 씨앗’이 한국에서 싹터 아름답고 멋진 미래가 세계로 퍼져 가길 기원합니다.
-후지시로 세이지가 한국 관람객에게 전하는 메시지-
카게에와 후지시로 세이지
카게에는 그림자놀이와도 비슷한데 면도날로 종이를 오려 트레싱지를 덧대어 뒤에 빛을 투과시켜 완성하는 작품을 말한다. 1948년부터 일본에서는 여성들을 위한 생활 정보 잡지 ‘삶의 수첩’이 발행되었다. 이때부터 후지시로 세이지의 그림자 회화가 동화로 소개되었는데, 처음에는 모노크롬 작품으로 실리다가 1974년부터 그의 작품이 컬러로 연재가 되기 시작한다.
그는 잡지에 동화를 주제로 한 카게에 작품들을 주로 실었는데 40년간 총 220여 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그는 또한 세계적인 아동문학가인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세계를 잘 표현한 작가로도 평가받고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설화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도 있다.
모노크롬에서 빛의 파노라마까지
2차 세계대전 직후 후지시로는 카게에 작품을 제작하였다. 까만 실루엣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날카로운 손기술을 느낄 수 있는데 뒤의 빛과 대비되어 더 돋보이는 효과를 보여준다.
특히, 그가 스케치한 선들을 지우지 않고 남겨놓아 작품이 완성되고 수정되는 과정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초기 작품은 모노크롬 작품들이 많은데 전시회의 동선을 따라 관람하다 보면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의 작품이 어떻게 발전하고 그의 주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최근으로 올수록 그의 시도는 점점 과감해졌는데 처음에는 초상화 액자크기의 흑백의 작품부터 화려한 색채의 대형작품까지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러한 발전과 다양한 도전을 보니 그가 여전히 아직 현역 예술가라는 느낌이 물씬드는 작품들의 향연이었다.
풍경에서부터 종교까지
후지시로의 작품은 그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완성되어왔는데, 그는 일본 열도의 자연과 지역마다의 특색을 살려 일본이 가진 고유의 풍경들을 작품에 담았다. 그의 작품 속에서 보는 일본 축제들의 모습은 밤에 키는 등불을 활용한 장면들이 많았는데 카게에라는 그의 작품 콘셉트과(빛과 그림자)와도 너무 잘 어우러지는 주제였다.
축제 속 빛이 들어오는 등불들에 그가 하나하나 고민하며 선택했을 색채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 단순히 조각을 하는 손기술을 넘어 색감의 조화에 있어서도 탁월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종교를 주제로 한 작품들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성경의 주요 장면들을 후지시로는 연출했다. 특히, 많은 작가들이 주제로 선택하는 홍해를 건너는 모세의 기적이나, 최후의 만찬은 그만의 카게에라는 스타일로 해석되어 후지시로만의 독특한 예술로 재탄생되었다.
마치 한 세기를 사유하고 있는 듯한 현역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오사카 파노라마展에 가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