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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안내] [뉴스저널리즘]빛과 그림자의 대가를 만나다 - '오사카 파노라마' [전종혁 칼럼②]
등록일2024-02-09 조회수339
빛과 그림자의 대가를 만나다 - '오사카 파노라마' [전종혁 칼럼②] < 칼럼 < 문화 일반 < 문화 < 기사본문 - 뉴스저널리즘 (ngetnews.com)


카게에의 거장이 돌아왔다. 1924년 도쿄에서 태어난 후지시로 세이지는 1940년대 초 모더니즘 회화의 영향으로 유화를 그렸으나 1948년 잡지 <삶의 수첩>에 카게에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1950년 최초의 카게에 화집 <포도주병의 이상한 여행>을 출판했다. 카게에(影繪, 그림자 회화)는 밑그림을 그린 후 셀로판지를 잘라 붙이고 그 뒤에서 조명을 비춰 색감과 그림자로 표현하는 독특한 장르다. 2021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전을 통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세계가 소개되었다. 카게에는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예술이지만 이번 전시는 2021년 전시와 차별화한다는 의미에서 오사카 전경을 그린 회화 <오사카 파노라마>를 전시 제목으로 사용했다. 즉 오사카, 교토, 나가사키 등 일본 풍경을 담은 후지시로의 그림이 포함되어 있지만 역시 핵심은 그림자 회화로 제작한 작품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후지시로 세이지의 자필 인사말이 관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흑과 백의 세계, 모노크롬 작품부터 시작해 난쟁이, 아기 도깨비, 고양이, 고래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동화나 우화 세계가 펼쳐진다. 팬데믹 시대를 겪은 작가답게 마스크를 쓴 캐릭터도 제작했다. 작품의 빛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점점 작가의 꿈과 작품세계가 자유롭게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모티브로 한 <은하철도의 밤>, <첼로 켜는 고슈>, <구스코 부도리 전기>와 만나볼 수 있다. 후지시로는 1973년 조선 설화 <선녀와 나무꾼>을 동화로 발행한 적이 있는데, 원화가 남아 있지 않아 이번 전시를 위해 열흘간 12장을 재제작한 <선녀와 나무꾼> 시리즈를 선보였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라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는 <태양은 뜬다>처럼 6미터가 넘는 초대형 작품이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마치 몰입형 미디어아트와 교감하듯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1관에서 2관으로 이동하는 공간에는 <울어버린 빨강 도깨비> 영상과 더불어 각양각색의 카게에 퍼핏을 전시해 놓았다. 직접 조작해 볼 순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 동심의 세계에 젖어든다. 혹시 2021년 전시를 관람한 관객 중에서 이 전시를 선택할까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기존 전시에서 보지 못했던 많은 작품들이 후지시로 세이지의 세계를 더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별히 카게에에 관련한 학습 없이도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참고로 1983년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BIB)에서 황금사과상을 받은 책 <은하철도의 밤>이 국내에 출판되어 있다. 후지시로 세이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4월 7일까지 빛과 그림자가 빚어낸 실루엣의 묘미에 빠져들 수 있다.

전종혁 (칼럼니스트)

이미지제공: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출처 : 뉴스저널리즘(https://www.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