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 & EVENT

[전시안내] [아트인사이트][PRESS] 후지시로 세이지의 인생을 닮은 카게에(影繪) 속으로 - 오사카 파노라마展 [전시]
등록일2024-02-09 조회수341
[PRESS] 후지시로 세이지의 인생을 닮은 카게에(影繪) 속으로 - 오사카 파노라마展 [전시] –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co.kr)

올해 100세를 맞이한 후지시로 세이지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역 작가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오사카 파노라마展>은 4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1, 2관에서 개최된다. 무려 2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세계를 확실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그림자 회화의 거장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일반 회화와는 다른, 그림자 회화만의 매력을 오랜 시간 탐구하고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 오며 예술 씬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그림자 회화, 즉 '카게에(影繪)'는 빛과 그림자의 미묘한 차이로 만들어진다. (밑그림) 그리기와 (면도칼로) 자르기, (셀로판지에 덧대어) 붙이기, (조명) 비추기와 같이 여러 절차가 수반되는 만큼, 작품에는 시간과 노력이 겹겹이 쌓여있다.

 

 

KakaoTalk_20240208_223533772_03.jpg

 

KakaoTalk_20240208_223533772_18.jpg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기법에서의 놀라움뿐만 아니라, 흑백부터 컬러까지 색감이 선사하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스토리라인도 눈에 띈다.

 

시각적인 즐거움은 크고 작은 캔버스 크기와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 셀로판지와 조명 필터의 조화로 구현되는 다채로운 색상으로 구현된다. 후지시로는 사랑과 평화, 공생의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작가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적인 동화 작가인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비롯해 일본의 풍경과 조선 설화까지 담아내었다.

 

이 모든 요소를 자세히 살펴보려면, 한 작품당 꽤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사로잡는 힘'이 긴 시간 동안 작품 앞에 서 있게 하는 지구력을 가능케 한다.

 

 

KakaoTalk_20240208_223533772_12.jpg

 

 

후지시로의 작품을 보면 환상적이고 황홀한 감정이 든다. 세상의 걱정 근심을 잊어버린 채, 자유롭게 훨훨 날아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를 갖게 된다. 어린 시절 선망하던 세계를 마주한 기분이다.

 

그러나 작가가 걸어온 삶은 작품과 다르게 고난의 연속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 잦은 정전으로 폐허가 된 환경에서 꿈을 키워왔다. 현재 그를 대표하는 카게에는 물감보다 비교적 구하기 쉬웠던 재료들로 제작할 수 있었기에, 작업의 소재로 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카게에 중에서도 대학 시절 우연히 접하게 된 인도네시아의 전통 인형극이자 그림자극인 '와양 쿨릿(Wayang Kulit)에 영향을 받았다.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카게에를 주로 작업했고, 초기에는 골판지와 전구, 철사 등을 자연에서 구해 재료로 사용하곤 했다.

 

 

KakaoTalk_20240208_223533772_13.jpg

 

 

어려운 환경 속에서 피어난 카게에의 화려함은 후지시로의 인생을 닮아있다. 화려함, 그 이면에는 성실히 걸어온 한 사람의 인생이 가득 차 있다. 그 인생에서 작가가 추구해 온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작품 곳곳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꿈을 그려나가다 보면 마침내 길이 보일 거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 메시지를 믿어 의심치 않고, 마음에 새겨 100세가 된 지금까지 희망을 그려내어 모든 이에게 나누고자 하는 후지시로의 삶의 태도가 존경스러웠다.

 

작품에서 발견한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통해 나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어떤 삶으로 흘러가야 할까, 나는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하는가. '카게에'에는 후지시로, 그리고 나의 인생이 담겨 있었다.

 

 

"나는 빛과 그림자로 자연의 아름다움, 살아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인생을 그려나가고 싶습니다"

 

- 후지시로 세이지(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