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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안내] [문화일보]‘취향 저격’ 거장의 전시회
등록일2024-02-08 조회수208
‘취향 저격’ 거장의 전시회 :: 문화일보 munhwa

■ 가족과 즐기는 미술 전시

현대미술관 김구림 개인전
딜라이트 서울 미디어아트
세종회관선 세이지 기념전

설 연휴가 되면 시간이 멈추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고 싶은 맛집들이 문을 닫는가 하면, 백화점이나 아웃렛 등도 휴무라 기대한 만큼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울 때가 있어서다. 하지만 명절에 문화 시계가 멈춰도 서울 광화문 주변은 변함없이 예술 초침이 흐른다. 고궁 주변에 자리 잡은 국공립 미술관들은 누구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연휴에도 관람객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미술사를 수놓은 작가들의 전시가 곧 막을 내리는 만큼, 명절은 거장의 예술세계를 눈에 담을 마지막 기회다. 특별한 여행 계획이 없다면 가족이나 친구·연인과 함께 광화문 예술 나들이로 하루를 채우는 건 어떨까.

광화문 예술 나들이 시작점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다. 청와대 구경을 하거나 설 명절 기간 무료 개방하는 경복궁을 거쳐 미술관에 닿는 여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명절 동안 설 당일을 제외하고 무료로 관람객을 맞이하기로 했다. 눈여겨볼 점은 한국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데 있다. 2월 12일을 끝으로 종료되는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김구림의 개인전이 대표적이다. 미국 뉴욕에서도 주목하는 한국적 아방가르드(전위예술)를 선도한 김구림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다.

photo장욱진 회고전.



국립현대미술관이 국내 주요 중견작가들의 전시와 시상, 지속적인 후원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저변을 넓히고 국제적 도약의 토대를 제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3’ 전시도 함께 볼만하다. 권병준, 갈라 포라스-김, 전소정과 함께 선정된 이강승 작가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며 오는 4월 개최되는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가하는 331명의 작가 중 이강승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강승은 미술사에서 배제된 타인의 시선을 미술로 드러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신작 ‘라자로’가 걸린 만큼, 베니스비엔날레에 소개될 이강승의 예술 세계관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나와 덕수궁을 향해 광화문을 따라 내려가는 길목에도 들러볼 전시가 있다. 동심을 품은 어린 자녀가 있다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가게에(影繪·그림자 회화)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藤城淸治)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 ‘오사카 파노라마’를 놓쳐선 안 된다. ‘동양의 디즈니’로 불리며 빛과 그림자를 통해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동화 같은 작품이 걸려 있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예술을 보고 싶다면 갤러리광화에서 열리는 ‘2024 딜라이트 서울’로 가면 된다. 서울의 역동적인 과거와 현재, 미래를 미디어아트로 구현해 낸 공간으로 앞서 뉴욕, 파리, 도쿄 등 글로벌 도시들에서 인기를 끌었다.

덕수궁에 도착하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장욱진의 대규모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이 진행 중이다. 1세대 모더니스트로서 단순하고 작지만 독창적인 그림을 그렸던 장욱진의 화업을 망라하는 이 전시 역시 명절 연휴를 마치면 폐막하는 만큼, 시간을 들여 관람할 가치가 있다. 평생 부인과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그렸던 ‘가족도’를 보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정동길 로터리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은 광화문 예술 나들이의 종착점이다. 한국 미술계에 연출 사진을 들인 ‘이단아’ 구본창이 자신의 예술적 자아를 찾는 모험을 정리한 회고전 ‘항해’를 비롯한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